[김재원 칼럼]詩人이 되기 전에 페미니스트가 되라
나는 왜 문단 무당파(無黨派)가 되었나?
벽솔시인   |   2018-06-09

                                                              

▲     © 네트워크신문편집국

  

나는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이래 무당파다. 고교 재학중 데뷔한 <소년시인>이라는 명칭 때문이는지, 여기저기서 가입 권유가 들어왔고, 무당파라 해서 남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단이라는 데에 기웃거리기가 싫었다. 그 이유 가운데 최근 성추행스타로 뜨고 있는 고은도 있고, 그에 앞서, 담배를 무지무지 피워 ‘공초’라는 별명이 붙은 오상순도 있었다. 그는 명동 갈채다방에 상주했다.

 

60년대 초반, 그러니까 419 직후...가깝게 지내던 이근배시인을 만나러 갈채에 갔다. 그날도 공초는 여학생 3-4명과 함께 있었다. 남학생 하나가 다가와 공초와 동석한 여학생을 불러 잠깐 얘기를 나웠는데, 공초가 그 남학생을 부르더니 따귀를 갈겼다. <자기 여학생>과 얘기했다고 따귀를?? 

 

그래서 무당파가 되었다. 그런 꼴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런 시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문학소녀건, 자기가 심사 맡은 문학잡지에 추천하려는 신진 시인이건, 제멋대로 하려 들고, <제멋대로 한 그 얘기>를 떠들고 다니기도 하는 <비문학적인 짓거리> 곁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 문학을 대하는 내 태도는, 군사정권 하에서 <저항시인>이란 렛델이 붙어 다녀, 직장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붓을 꺾고 절필한 오랫 세월동안 에도, 시를 대하는 태도만은 정중하고 진지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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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타고난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라면, 시인은 본질적으로 휴머니스트이고 페미니스트이다. 여성의 육체나 영혼을 착취하는 인간은 시인이 될 수 없다. 시인은 아름다움, 약자인 여성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고, 남녀평등이 아니면 자유가 아니라는 의식의 소유자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성범죄 시인> 이라는 물건들을 자세히 보면 이건 거의 양아치 수준이고 조폭 수준이고 사기군 수준이다. 더구나 이들이 범행대상을 물색한 곳은 주로 대학이나 출판사나 문학 관련 모임이었다. 문학을 성범죄의 기초 수단으로 활용했다.

 

시인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강간과 협박에 가까운 성폭행이나 성추행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범죄다. 시인은 정의의 편에 서서 불의와 싸운다. 그런데 입으로는 자유를,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지르며, 그런 성범죄를, 끄내 들고 휘두르는 동물스런 괴행을 고은은 <용기>라고 자화자찬했다니, 어디 가서 시인이란 소리 하기가 창피하다.

 

시인은 약자 편에 서야 한다. 그런데 엄연히 보호하고 격려하고 이끌어야 할 후배 시인이나, 문하생을 짓밟았다. 

 

더구나 성범죄를 저지른 시인*작가 등 문화계 성범죄자들은 “이런 일은 오랜 관습이었다”고 까지 발언하는 정도. 아끼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연하의 가녀린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을 <관행>이라고까지 주장한다니, 딱 성범죄자들의 언동이었다.

  

         시인은 조폭도 변사또도 아니다

 

2년 전 광화문의 촛불이 들불처럼 번지던 그 때, 문단 일각에서 성범죄가 들어나고 있었다. 문학평론가 오민석은 그 해 11월 23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문학은 싸구려 연애질의 방패가 아니다’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잘못된 위계와 권력에 대해 누구보다도 분노하고 앞장서 싸워야 할 문인들이 (보잘것없는) 권세를 역설적이게도 문학(인)에 대해 가장 큰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휘두른 것이다. 이들에게 문학은 자신들의 폭력적이고도 봉건적인 사생활을 감추는 알리바이에 불과했다. 심지어 10대 여성들에게까지 자행된 성폭력 앞에 시는 하루아침에 허접스러운 ‘난봉꾼 면허증’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피해자들의 증언 가운데 가해자들이 “내 말 한 마디면 죽어!” “매장시킨다” “키워 줄테니 내 말 들으라” 등 거의 사기군, 조폭, 또는 변사또 수준의 협박으로 나 어린 여성들을 성폭행했다. 

 

70년대부터 “아내를 사랑하라”는 7언절구를 외치고 다닌 경력 탓으로 <우리나라 페미니즘의 원조>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는 필자가 이 나라 시인은 물론, 모든 문학가와 전체 문화인들에게 권한다. 

 

먼저 페미니스트가 되라! 시인이 되기 전에, 문화인이 되기 전에 페미니스트부터 되라! 여성을 섹스의 대상만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아끼고 보호하고 북돋아주고 사랑하는 정신이 페미니즘의 기본이고 완성이다.

 

일단은 페미니스트가 되라. 훨씬 업그레이드 된 작품이 나올 것이다. 문단권력, 문단갑질, 문단성범죄..이런 것에서 떠나 순수하고 밝은 페미니스트가 되면 더 훌륭한 작품을 세상에 남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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